이야기가 길어서 단락을 나름대로 나눠봤어요^^ 

5~6년 전만 해도 제가 운영하는 플로렌치과와 저는

앞서가는 심미 트렌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트렌드를 어떻게 병원에 반영하면 좋을지..
나의 치과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시간의 효율성이 있으면서도 심미적인 만족도를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우선에 두었었습니다.

부분교정(특히 2D 교정) 그리고 라미네이트 등을 하면 할수록

짧은 기간에 심미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사실 아마 매우 깊은 밑바닥의 배경에는

성장하고 있는 제 어린 딸의 골격성 2급 부정교합(high angle)을

어떤 측면에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데 있을 것입니다.

때마침 이 시기에 맞춰서 이런 분들이 한 분, 두 분 오시게 되었어요. 

- 턱관절에 문제가 있는 분들

- 교합에 문제가 있는 분들

- 얼굴 및 자세의 비대칭이 있는 분들

- 근본적인 치료를 원하시는 분들

- 재교정이나 역교정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위에 나열된 문제들에는

-시간 요소(time factor-나이) 

  -구조의 변형 
-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에 대한 인식의 부재 

외외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요.

물론 고려한다고 해서 다 치료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치료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고려해야 할 것이 참 많아요.

특히나 치아의 위치 등등에 대한 목표가 아닌

환자의 증상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

치아교정을 통해 증상의 개선을 이만큼 해줄 수 있다고 단정짓는 것은

저한테 어울리지도 않고 제 능력을 벗어난 일이기 때문에

약간은.. 아니 많이 우유부단한 병원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환자들과 경험,

지금까지 공부해왔던 내용들을 토대로

환자분들이 주기적으로 작성해주시는 설문지(vas 통증지표)를 통해

환자들과의 목표를 설정하고 치료해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동의해주신 제 환자분의 설문지(vas 통증지) 입니다.)

 

 

 

 

치과를 찾아오시는 환자분들의 흐름이 이렇게 바뀌다보니

 

 

 

어느 순간 저희 치과는

가급적 치료기간을 단축시키려 했던 흐름에서 벗어나

오히려 치료기간을 넉넉잡고 얘기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그렇지 않고  보다 근본이 되는 치료에 대해 설명을 드리다보면

 

이러저러한 장치에 대한 비용,

이러저러한 환자의 노력,

이러저러한 환자 및 의사의 관심 등이 더 필요한 치료를 설명드리게 됩니다.

*물론 일반적인 치료는 최소한의 치료계획으로

가급적 가장 합리적인 비용과 시간을 설정해서 치료를 설명드려요^^*

 

 

 

‘성형강국’, ‘빨리빨리’ 등의 단어가 만연한 가운데

의사와 환자간의 소통 및 협조가 훨씬 더 정교하게 필요하고

 

환자에게 보이는 변화가 느린데

과연… 이런 방향으로 공부를 계속해 나가야 할까?

이런 어려운 환자분들을 받아야 할까?

자꾸 풀기 더 어려워지는 문제들을 갖고 오시는데?

… 하다가도

 

 

 

 

 

 

짧게는 1~2년 길게는 2~3년이 지나고 나서

해당하는 시기의 종료된 교정 환자 혹은 보철 환자분들의 

설문지를 받아볼 때..

‘아… 그래도 최소한 환자의 상태를 나쁘게 만들지는 않았구나

아… 이런 부분에서는 이런 증상의 개선이 있구나

아… 생각보다 치과치료가 가지는 파워가 굉장하구나

아… 한편으로는 치과치료가 무용지물일 때도 있구나 등등’

1~3년 가량의 기간 동안 믿고 따라와주신 환자분들의 증상이 

개선된걸 보면서 감사하고

증상 변화 없음을 통해 반성하고 공부해 나갑니다.

 

 

 

찾아와주시는 환자분들이 변함에 따라

저와 저의 치과는 변해갈 수 밖에 없고

그 변해가는 방향이 다행히도 기술자 쪽이나 사업가 쪽의 방향이라기보다는

의료인 쪽이나 치유사 쪽의 방향이어서 다행입니다.

 

 

 

저나 지금 저와 같이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참~잘 어울리거든요.

 

 

 

이러한 과정들을 겪었고 앞으로도 찾아오시는 환자분들에 맞춰

변해갈 것이라서…

그냥 하루하루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조그만 ‘동네치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요새 병원의 홍보나 마케팅, 홈페이지 등

치과의 몸집을 불리고 외관을 치장하는 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지고

앞으로도 그럴 듯 합니다.

약간은… 공부하는 방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 듯 하기도 합니다.

결국 몸이 좋아지는 쪽의 치료를 하게 되면

소개환자는 늘 수 밖에 없다는 막연한 자신감이지요 ^.*

‘어차피 평생 보아야 할 환자수는 정해져 있다’ 는

떠돌아다니는 치과계의 소문이 사실이라면

저에게 오는 하루하루의 환자들을 통해

평생 즐기며 공부하고

나와 내 치과를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건강까지 찾아주는데 보탬이 되어주는 의사로 천천히 늙어갈꺼예요. 

즐긴다는건, 환자들의 고통을 즐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 고통을 마주할 때가 항상 버겁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자꾸 회피하면 안되겠죠?

결국 누군가는 공부해야 할 테니까요.

 

어떻게든 빨리 은퇴해서 어떻게든 편하게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예전의 저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생각들을

요새 종종 하고 꿈꿉니다.